“중국의 K팝 규제? 오히려 좋아”…신인 아이돌도 미국 투어 ‘전화위복’

한한령 불안정성 큰 중국보다
일본·미국·유럽 등 구매력 커져
BTS 이후 신인들도 팬덤 모객
중앙亞·아프리카 팬층 유입도

위버스 “지구촌 전역 팬덤 확산”
극복 과제로 ‘획일성’ 등 지적도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최대 새해맞이 행사 중 하나인 ABC방송 ‘뉴 이어스 로킹 이브 2024’에 출연한 뉴진스. [사진 출처 = 딕 클라크 프로덕션]

신인 보이그룹 싸이커스는 지난해 데뷔 후 약 6개월 만에 해외 투어에 나섰다. 목적지는 일본과 미국. 특히 10~11월 미국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6개 도시에서 각각 약 1500석 규모의 공연장 객석을 꽉 채웠다. 이들은 이미 글로벌 인기그룹으로 발돋움한 보이그룹 에이티즈의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에서 내놓은 후배 10인조다. 현지 팬들은 새롭게 등장한 K팝 신예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대륙 진출을 환영했다.

이들의 미국 첫 투어 누적 관객은 1만 명이 채 안되는 규모지만, 갓 데뷔한 그룹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결코 작은 규모도 아니다. 지금의 글로벌 슈퍼스타 방탄소년단(BTS)이 2014년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게릴라성으로 일회성 쇼케이스를 처음 열었을 때 관객 수가 250명으로 기록돼 있으니 말이다. 공연의 성격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치는 아니지만, BTS가 북미 등 세계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뒤로 10년간 변화는 분명하다. 비아시아권 수요층이 무명의 신인 그룹을 환영할 정도로 두터워졌다.

과거 국내를 시작으로 일본·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던 K팝의 방향타가 180도 전환됐다. 국내 인지도를 쌓기도 전에 일본, 그 너머 미국·유럽 등 신대륙으로 건너간다. 싸이커스는 이달 28일 영국 런던 등 7개국 유럽 투어를 이어간다. 미국에선 6인조 보이그룹 브이에이브이(VAV·에이팀엔터테인먼트 소속), 3인조 걸그룹 오드아이써클(모드하우스 소속)의 투어 등도 진행 중이다. 한 중소 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팀이 유명하지 않아도 ‘K팝 콘서트’ 자체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연을 열 수 있다”며 “신인들은 미주 첫 투어에서 1000~2000석 규모, 다음 해에 3000~4000석 규모로 조금씩 공연장 크기를 키워가면서 팬덤을 끌어모은다”고 말했다.

싸이커스 미국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의 아폴로 극장에서 첫 미주 투어 공연 후 무대에서 관객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K팝 신인그룹 싸이커스. [사진 출처 = KQ엔터테인먼트]

특히 중국 정부의 한한령 여파로 전통적 한류 시장이던 중국에서의 공연 개최·방송 출연 등이 불발되고 수출액도 급감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의 출발지로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북미가 주목받는다. 대형 기획사 출신의 인기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BTS와 블랙핑크 이후 인기 그룹들의 미국 인기 토크쇼 출연과 현지 대규모 투어는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팬덤의 충성도와 화력을 보여주는 K팝 음반 판매량에서도 국가별 동향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음반 수출액은 3399만 달러로, 전년의 5133만 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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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2019년까지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 음반 수출국 부동의 2위였는데, 2020년과 2023년 두 해엔 수치가 급감하며 불안정성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공동구매 물량이 급감하면서 일부 K팝 그룹의 음반 초동(발매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 기록 감소로 이어졌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자연스러운 수요 위축이 아닌 규제당국 개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와 동시에 동남아권 비중도 줄고 북미·유럽 비중은 늘었다. 지난해 음반 수출액 상위권을 차지한 10위권 국가는 대만, 독일, 홍콩,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이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톱 10개국 수출액은 2억681만 달러에서 2억6326만 달러로 27% 늘었고, 각 지역군 별 비중은 북미권(미국·캐나다)이 18.8%에서 25.4%로, 유럽권(독일·네덜란드·프랑스·영국)이 5.7%에서 8.4%로 늘었다. 반면 전년도 6·9위였던 태국·인도네시아의 수출액은 총 799만 달러에서 지난해 565만 달러로 줄면서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팬덤 플랫폼 이용자 분포도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로 퍼졌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하는 경험이 국경, 언어를 초월해 온라인 플랫폼을 거쳐 확산 중이다. 지난달 하이브의 ‘2023 위버스 팬덤 트렌드’에 따르면, 위버스 앱 가입자는 245개 국가·지역에 있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지난해 3분기 평균 1050만 명을 유지했다. 이 중 90%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앱 다운로드는 1억1300만 건을 돌파했다.

신규 가입자가 많은 지역은 한국 외에 미국·멕시코·브라질·인도네시아·인도·일본·중국·필리핀·태국 등이었다. 이 중 신규 가입자 증가율이 높은 지역으로는 중국과 함께 중앙아시아 지역인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이 꼽혔다. 하이브 측은 “K팝 팬덤이 지구촌 전역에 확산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무료 이용자뿐 아니라 위버스의 커머스 기능도 해외로 확장했다. 위버스엔 아티스트 음반, 굿즈, 공연 표 등을 판매하는 ‘위버스 샵’이 별도로 있는데, 한국에서 2만 km 떨어진 우루과이로도 총 182건의 배송이 이뤄졌다. 이밖에 라오스, 마다가스카르, 부르키나파소, 앙콜라, 벨라루스, 바하마, 영국령인 터크스-케이커스 제도 등에 단 한 명의 고객을 위해 상품이 배송됐다.

아티스트와 일대일 메신저 형태로 소통하는 플랫폼 버블도 국적 불문 글로벌 MZ 세대에게서 인기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가별 이용자 분포를 보면 중국이 36%로 가장 많았고 한국 26%, 일본 14%, 미국 7%, 동남아 5%, 유럽 4%, 기타 8% 순이었다.

다만 이렇게 확산한 K팝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K’ 정체성에 대한 탐구와 음악적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 보고서에서, 해외 K팝 청취자들은 K팝의 호감 저해 요인으로 어렵고 생소한 한국어(27.2%) 외에 획일적인 음악 장르(19%)를 지적했다. 비슷한 포맷의 재생산, 음악성이 낮다는 주변 인식 등의 응답도 있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K팝의 결과물을 보면 영미권 팝스타와 유행을 위탁 생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음악적 완성도와 퍼포먼스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정서와 철학이 제거된 음악을 팝의 대안으로 주목하며 들을 필요는 줄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어로 노래하지 않아도 세계 시장에 널리 통용되는 건 선명한 정체성과 진실한 삶의 경험”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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